언론이 자신을 성찰하는 시선은?
동아일보 영업사원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하여 자살을 기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투신한 A씨는 B상무의 과도한 매출 압박, 퇴출 압박, 폭언과 욕설 등으로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어려움을 겪어왔고, 결국 지난 9월 투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고 한다.
동아일보에서 광고영업을 담당하던 A씨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이었으나 B상무가 상사로 오고난 후 6개월 만에 폐인이 되었다고 전한다.
본 사건은 자살을 기도한 9월 이후 약 3개월이 지난 12월 6일에서야 미디어오늘이 기사화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투신한 A씨가 죽지 않아서일까?
언론은 '동아일보 영업사원 투신'에 관심이 있을까?
미디어오늘의 기사에서는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탄원서를 통해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별다른 후속 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해당 사건을 다룬 기사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9월에 투신한 사건이 12월에야 기사화가 되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12월 1일부터 현재까지 '동아일보+투신' 기사를 검색해보니 아래와 같이 3건의 기사가 전부였다. 당사자인 '동아일보'는 해당 사건을 다루지 않았고, 메이저라 할 수 있는 매체 중에서는 '중앙일보'가 유일하게 해당 사건을 다뤘다.
- 12/6 10:25 [미디어오늘] 동아일보 직원, 끝없는 업무 압박에 ‘투신’
- 12/6 16:12 [중앙일보] 동아일보 직원 ‘투신’...동료들 “엄정조사” 요구
- 12/6 13:14 [민중의소리] 지속적인 폭언과 실적압박에 아파트 11층에서 투신한 동아일보 직원
지난 4월 언론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의 사건에 대해 언론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 지 조사했던 글이 다시금 생각난다. 사회적 관심이 클 수 있는 'tvn 이한빛 피디 자살', '한겨레 손준현 기자 사망', '코리아나호텔 방용훈 사장 폭행', '이건희 회장 섬매매 의혹' 사건에 대해 언론은 어떤 반응인지를 조사했던 것이다.
언제나처럼 언론은 자신들과 깊은 관련이 있거나 치부가 드러라는 사건에 대해서는 기사를 쓰지 않는 듯하다. 반대로, 자신과 경쟁에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매우 열심히 보도를 한다.
언론사는 수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국민은 언론이 아니라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으니 기사를 구독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 언론사의 수익은 적어 질 수 밖에 없다. 영업사원을 채찍질한 이유는 여기에 기인할 것이다.
언론이 영업사원을 쪼는 것보다 신뢰받는 언론이 된다면 국민이 돈을 쓰지 않을까? 해외 유수의 언론을 보면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이 약자의 어려움을 말하지 않으면 돈을 가진 자와 권력을 가진 자의 썩은 뿌리는 어려움없이 세상을 뒤덮게 되고 세상은 퇴보하고 만다. 그런 부정부패를 견제하고 세상을 미래로 이끌기 위해 언론은 꼭 필요하다. 그렇기에 본인의 치부에 대해서도 솔직해야 국민은 언론에게 신뢰를 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MBC 신임사장에 최승호 피디가 선임되면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었던 보도 행태를 바로잡겠다고 한다. 부디 자신의 치부도 말할 수 있는 용기있는 언론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투신·자살은 무엇이 문제일까?
투신한 동아일보 A씨 사건은 어쩌면 업무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노동자 모두의 문제일 수 있고, 이에 단초를 제공한 B상무는 이런 현실을 당연시하는 최고위층 설계자일 수 있다.
년도 별로 뉴스 기사 및 블로그 콘텐츠를 확인해보면 2014년과 2015년 대비 최근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블로그 콘텐츠는 250% 가량 증가하였다.
넷마블·앤씨소프트 등 게임 회사 직원 자살, 서울시 공무원 자살, 현장실습 고교생 자살, 대기업 직원 자살 등이 국민적인 안타까운 공감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과 앤씨소프트 등 게임업체 직원의 잇다른 자살과 고위급인 푸르덴셜생명 지점장 자살, 서울시 공무원의 잇다른 자살에 대 많은 기사가 발행되었다. 아마도 이것이 프레임으로 작용하여 블로그 콘텐츠의 생성을 촉발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에 비해 동아일보 사원 투신 기사는 매우 적다.
이 밖에도 고등학생 자살, 노인 자살 등도 상당수를 차지하였다. 직장인 만이 아닌 여러 계층의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 심리적인 압박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을 궁지에 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정말 지금의 심리적 압박이 해결해야 만 하는 삶의 큰 덩어리일까? 그것을 해치고 나가야 만 행복한 미래가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조금은 모자라게 살아도 괜찮고, 다른 선택을 해도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고 그만큼 삶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4년 간 투신 및 자살 관련 주요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