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아이들이 차려준 생일밥상을 받는 기분이란^^
나와 아내는 나이는 다르지만 생일은 같다. 그래서, 생일날 아침이면 누가 미역국을 끓여줄 것인지, 생일 선물은 어떻게할 것인지 참 애매한 것들이 있다.
하지만, 지난 생일은 그런 고민 하나를 덜 수 있었다.
바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이 생일 밥상을 차려주었기 때문이다.
생일날 아침 달그랄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부엌에서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전날 자기들이 미역국을 포함해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믿지 않았었다. 정말로 무엇인가를 준비하나보다.
다가가서 보니 미역국에 넣을 고기를 손질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화들짝 놀란다. 자기네 딴에는 엄마 아빠가 일어나기 전에 준비를 하려고 한 모양이다.
어떻게 요리하는 방법을 알았을까?
아이들은 컴퓨터로 미역국 끓이는 방법을 찾아서 그대로 실험(?)을 하고 있었다. 음식 손질하랴 요리법 처다보랴 무척 분주했다.
도마 한켠에는 이미 불려놓은 미역이 보였다. 내가 생각한 것 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난 듯 하다.
대충 미역국 끓일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냄비에 준비한 재료를 담는다. 좀 이상한 면이 있었지만 그냥 지켜 만 보았다.
오~ 제법 그럴싸하게 끓어간다. 걱정스러웠는데 최소한 먹을 수는 있을 것 같다. ^^
미역국을 다 끓인 큰아이는 다시 무엇인가를 비비기 시작한다.
근처에 상추와 치즈가 준비되어 있다. 뭐지??? 아빠 엄마를 상대로 실험을 하려는 것이지, 아니면 정말 자신이 있는 것인지 불안하다.. 아~ 불안해.
큰아이가 요리에 여념이 없는 그 시간, 작은 아이는 벌써 지겨운 지 다른 곳에서 딴짓을 하고 있다.
어느정도 준비가 되자 작은아이도 쪼로로~ 와서는 언니 옆에 앉는다.
김치주먹밥에 치즈와 상추라... 보기엔 그럴싸한데 뭐라 불러야할 지 모르겠다.
드디어 차려진 생일 밥상!!
미역국과 오묘한 김치주먹밥, 그리고 밑반찬으로 생일상이 차려졌다.
생각보다 미역국도 김치주먹밥도 먹을 만 했다. 아이들은 음식을 만들면서 기뻐할 엄마 아빠의 얼굴을 수십번은 더 떠올렸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알고 있어서 무조건 맛있게 먹었다.
"잘 자라 준 너희가 선물인데 무엇을 더 바라겠니.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