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가슴, 스릴러와 맬로의 이중 경험, 영화 ‘용의자X’
사랑은 머리와 싸우면서 가슴이 하는 것이다. 그럼 머리로 만 사는 천채 수학자는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할까? 영화 ‘용의자X’는 그것을 스릴러의 형식으로 말하고 있다. 사회와 동떨어져 사는 천재 수학자 석고(류승범), 그가 사랑하는 현실이 불안한 여인 화선(이요원).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석고와 화선은 삶의 근본이 다른 사람들이다. 여기에 한명 더, 석고가 만들어 놓은 덫에서 숙제를 풀어가는 민범(조진웅).
영화 '용의자X'는 일본의 추리소셜 '용의자X의 헌신'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제목에서 '헌신'이라는 단어를 제거한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이 영화는 누구도 헌신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끝내 '석고'가 돌이 된다해도, '화신'이 석고를 이용하는 불이라 해도 모두가 원래 그랬던 것처럼 일상이 되어 끝내 보여주지 않는 결말을 관객의 머리에 그리게 하고 있다.
석고는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사랑을 논리로 풀어가려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화신은 '숨막힌다고 말한다.' 논리는 머리일 뿐 가슴이 아니다. 언제까지나 논리적일 줄 만 알았던 석고는 화신의 그 말에 가슴이 열린다. 석고는 민범에게 말한다. '이건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야'
민범은 동물적인 촉으로 냉철하게 상황을 풀여가려 하지만 끝내 그도 가슴을 말한다. 이 영화가 스릴러일까 멜로 일까 고민했지만 영화 속에서 간단하게 숙제를 풀어버리는 것을 보며 답은 쉽게 얻어진다. 아마도 감독은 '모든 것은 가슴으로 말해야하고 그게 사랑이야'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장르가 분명해짐을 느끼면서 논리적이었던 석고, 아이 만을 위했던 화신, 냉철한 민범의 아우라가 파괴된다. 이런 상황은 스릴러의 긴장이 해소됨을 느끼면서 동시에 영화에 대한 감정을 떨어트리게도 한다. 조금 더 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부분이다.
이 영화가 스틸러라고 단언할 수 없는 이유는 오히려 완벽한 석고가 만든 가짜 알리바이다. 완벽할 것 같았던 석고의 알리바이는 석고가 바라보는 화신에 대한 감정으로 스스로 무너트린다. 스릴러였다면 이 부분이 복선이 되어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었겠지만 '용의자X'는 더 이상을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해서 스릴러는 멜로드라마가 된다.
'용의자X'는 완벽한 스릴러도, 눈물 절절 거리는 멜로도 아닌 애매한 영화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은 기억으로 이 영화를 말하고 있고, 영화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전혀 언급하지도 않았던 내가 리뷰를 쓰게 하는 힘이 있다. 혹자는 류승범과 이요원, 그리고 조진웅의 연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 만으로 영화를 모두 말할 수는 없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떠오르는 영화는 전혀 다른 장르라고 생각되는 '시라노;연애조작단'이었다. 사랑을 원하고 있는 남자에게 운명을 가장한 우연을 만들어 사랑을 성사시키려는, 어쩌면 '용의자X'와는 전혀 다른 접근의 멜로 영화이다. 사랑을 얻으려면 가슴을 움직이려 한다는 것에서 그 끝이 같아 보인다.
무엇이 사랑일까? 이요원의 눈물이 사랑일까? 매일 같이 아웅다웅하며 평생을 살아가는 아내가 사랑일까? 어쩌다 한번씩 떠오르는 옛 기억이 사랑일까? 무엇이 사랑이든 그 사랑을 느끼면 논리는 깨지고 주위의 보편적인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콩깍지가 씌웠다고 말하는 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