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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과 영화

겨울 방학 깜짝 선물, 영화 ‘마이리틀히어로’ 심야 상영 관람기

명섭이 2013. 1. 13. 14:18

 

초등학생인 아이들의 방학이 중반을 넘어섰다. 회사일에 바빠서 함께 놀아주지도 못하고 해서 미안한 마음에 함께할 수 있는 깜짝 놀랄만한 겨울 방학 선물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아이들과 함께 심야 상영 영화를 보러 가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아이들은 늦은 시간에 밖에 나가는 것도 어렵다보니 심야에 영화를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심야 상영 영화를 보는 것은 아이들에게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된다.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밤의 공기가 낮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그 시간의 거리와 군상들의 낯설음은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 간 듯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오늘 함께 보기로 한 심야 상영 영화는 ‘마이 리틀 히어로’이다. 감동적인 내용이고,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까지 할 수 있는 일석다조의 영화이다. 솔직히 나는 '타워'를 보고 싶었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슬픈 영화보다는 따뜻한 영화가 좋을 것 같아서 선택을 했다.

 

영화 시작 시간은 24시 40분. 미리 재웠던 아이들을 깨워 11시 반 쯤 집을 나섰다. 날씨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여진히 밤 공기는 차다. 아이들의 얼굴에 신기한 듯 표정과 추위 때문인지 왠지 어색함이 함께 보인다. 미리 차를 데펴 둘 걸 그랬나보다.

나도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영화를 보는 것은 무척 오랫만이다. 결혼 초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아내와 함께 갔던 것이 마지막일 듯 하다. 그때는 아내와 영화도 보고 콘서트, 뮤지털도 많이 보러 다녔는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모든 것이 아이들에 맞춰져서 그런 여유없이 10넘을 넘게 살아오고 있다.

 

늦은 시간이지만 영화관 안에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대부분 연인들인 것으로 보이고 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본다는 것을 생각치 못했겠지. 흐흐~

 

예약해 둔 영화표를 무인발권기에서 받고 상영관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상영관 앞에도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몇몇 있는 사람들이 반갑다.

 

다른 시간 같으면 줄을 서야 하는 군것질거리 판매대 앞도 일하는 사람들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우리 같은 사람이 없었으면  이미 퇴근했을 시간이었을텐데.

 

이건 상술이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사게 되는 것이 여럿 있다. 빼빼로데이의 막대과자가 그렇고, 발렌타인데이의 초코릿이 그렇다. 그것과 같은 것이 영화관에서의 팝콘과 콜라다. 아이들은 영화관에 오면 만원 정도하는 이 셋트를 사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을 한다. 부모의 잘못이긴 하지만 휘황찬란하게 차려놓고 눈길을 사로잡으니 피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영화표 한장 값은 8,000원이 아니라 10,000이 넘는다고 생각하고 온다.

 

먼저 시작한 영화가 끝나고 관람객이 밖으로 나오니 조용하던 곳이 갑자기 요란해진다. 그래봤자 곧 그들은 사라지고 이내 안은 다시 고요해진다. 이것이 심야 영화의 묘미 아닐런지..^^;;

 

잠시 후 '마이 리틀 히어로'를 상영하는 10관의 입장이 시작되었다. 헛! 그런데 입장하는 사람이 우리 가족 밖에는 없다... 혹시 우리 가족 만 보게 되는 거 아닐까? 은근 기대와 긴장감이 돈다.

 

정말 우리 가족 밖에는 없다...

 

작은 아이의 호러 컷! (조금 전 이 사진을 보더니 자기도 놀란다. ㅋㅋ)

 

영화가 시작되었다. 보기 전에도 결과를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김래원'과 '지대한' 군의 맑은 연기와 적당한 긴장감, 감동이 새벽 시간을 잊게 했다. 특히나 뮤지컬 장면이 자주 등장해서 화려한 여러편의 이야기를 접하는 듯 했다.

 

2시간이 훌쩍 지나 새벽 3시가 넘어서 영화가 끝났다. 밖은 이제 아무도 없다. 군것질거리 파는 사람도 없다. 단지 우리 뿐. 아이들도 이런 광경에 무척 신기해 한다. 그러면서도 하품을.. '하~음'

 

영화관을 나온 밖의 세상은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숙면에 들어가 있다. 영화는 재미있게 보았지만 피곤한 몸을 추스르기엔 아직 아이들이 어린지 차에 타자마자 잠이 들어 버렸다. 그래도 집에 돌아와서는 영화이야기에 소곤소곤~ 잠시 이야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나에겐 너희들이 "마이 리틀 히어로"란다.' 아이들이 그런 마음을 아는 날이 올런지..

고요한 새벽, 나도 스스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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