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늦깍이 결혼식에 참석하기 얼마전 부산에 들렀었다. 1박2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오랫만의 가족여행이어서 간단하게 계획을 세웠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해운대 같은 곳 말고 아이들에게도 의미있는 곳을 찾다가 ‘보수동 책방골목’을 알게 되었다. 알고보니 1박2일에서 이승기가 들렀던 곳이란다.
튀김과 오뎅의 가격이 개당 400원으로 서울보다는 조금 저렴했다. 떡복이가 잠깐 나를 유혹했지만 잘 참고 꼬불이 오뎅꼬치 만 공략하고 길을 나섰다.
책방골목 곳곳에는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알수 없는 세월을 품은 수많은 책들이 쌓여져 있다. 저렇게 많은 책 중에서 어떻게 필요한 책을 고를 수 있을까하는 생각까지 들더군.
작은아이가 책한권을 꺼내보고는 깜짝 놀란다. '누가 이런책을 보는거야?' 책의 낡음과 빼곡하게 한문으로 채워진 책이 무척 낯설었을 것이다. 사실 나도 이런 책을 본 것은 무척이나 오랜만이어서 별다른 말을 해주지 못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아이들의 교육적인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서점을 찾아 들어섰다. 물론 아이들이 좋아해서는 아니지. 그 앞에 묶음으로 쌓으둔 만화책 꾸러미를 발견했다. 강철의 연금술사, 블리치, 제트맨 등 지금도 구미가 당기는 만화책 들이었다. 이런 만화책 전집이 여기저기 많이 쌓여 있었다
교육용 책은 아이들이 싫어해서 그냥 나왔다. 곧 다른 가게에서 아내가 발길을 멈춘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발견한 것이다. 최근에 발행된 책은 없었지만 1권부터 그 가게에 있는 것 까지 모두 구입했다. 오래된 책은 3,000원, 최근에 발행된 책은 4,000원에 구입하였다.
아이는 쌓여있는 책들이 신기하단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책을 한아름 구입했다.
고등학교 시절 기타 칠 줄 안다고 친구들 사이에서 방구 좀 끼고 다니던 때에 많이 사던 책 중 하나가 기타코드가 나와 있는 노래책이었다. 대백과 수준의 노래책 한권과 기타 하나 있으면 밤이 세는 줄 모르고 즐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고등학교 때 독학했던 기타를 대학에 기서 더 배우고 싶어서 선택한 곳이 ‘그라나다’라는 클래식기타 동아리였다. 무엇 때문에 그리 열심히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클래식기타가 전부인 것 처럼 몰입했었다. 그 당시 많은 기타 서적을 구입했었고, 음악 교양 서적도 몇권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날 서점에서 명곡해설집 한권을 발견하고 구입하려 했지만 마침 돈이 떨어져서 포기하고 그 후 그 책을 잊고 있었다. 그런 책을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끌리듯 발견하였다. 1987년 4,000원에 발행된 이 책을 25년이 지난 그날 3,000원에 구입하였다.
내가 구매한 오래된 책부터 2년쯤 전에 발행된 해리포터, 아이의 소설책 등, 대부분의 3,000원~4,000원쯤 하였다. 이날 20권 쯤 구입하고 지불한 비용은 7만원 가량이었다. 가격이 저렴하여 좋고 기쁜 마음과 추억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