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수안보 콘도’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하늘재’라는 아주 오래된 고갯길이 있다. ‘하늘재’는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처음 기록된 것이 남아 있어서 문헌 상 가장 오래된 옛길로 알려져 있다. 이 길은 '미륵리 사지'가 있는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에서 시작하여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로 이어져 있다.
천년의 아련한 숨결 ‘미륵리 사지’ - 한화 수안보 겨울 여행
하늘에 맞닿은 가장 오래된 고갯길 ‘하늘재’ - 한화 수안보 겨울 여행
입구에는 하늘재가 시작됨을 알리는 비석이 있다. 옆으로 나 있는 아스팔트 길이 아마도 이 길을 대신하여 문경으로 이르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하늘재가 막 시작되는 입구에는 정승 하나가 외로이 서 있다 아마도 함께 있던 동무를 잃은 듯 하다.
얼마간 까지는 길 한쪽에 손잡이를 만들어 두었다. 또한 작은 다리를 건너면 자연관찰관 같은 것을 만들어 두어서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는 너무 늦게 출발하여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곳곳에는 이런 이정표가 있어서 얼마나 왔는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직 500m도 채 오지 못했네^^;;
숲길과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가에는 맨땅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로도 노란 잎이 가득 내려앉아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곧게 뻗은 잣나무들이 빽빽히 차 있고, 이 나무의 잎들이 노랗게 물들어 길 위에 내려앉은 것이었다.
하늘재의 다른 명칭 들이 소개된 안내판이 눈에 띈다. 오래전에는 계립령이라 불리었고, 미륵대원에서 시작한다 하여 대원령이라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별 생각없이 온 곳인데 역사적인 중요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왠지 뿌듯한 마음..^^;;
아직 얼마 걷지 않은 듯 한데 작은 아이는 힘들다고 칭얼댄다. 숲에 꺽여있던 나무를 손질하여 지팡이로 주니 좋아하며 다시 힘을 낸다.
두 나무가 붙여서 만들어지는 연리목 '친구나무'가 있는 곳이 보인다. 들어가서 보고 싶었지만 자꾸 지나는 시간이 두려워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지나쳤다.
조금 더 오르니 이번에는 '연아 나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 곳은 지나칠 수가 없어서 계단을 올랐다.
오~! 정말 김연아 선수의 모습과 비슷한 나무가 서 있다. 스케이팅 연기 중 발을 뒤로 올리고 손으로 뒷꿈치 끝을 잡는 듯한 동작과 많이 닮았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관심을 두고 이렇게 의미를 부여해두니 하늘재를 오르는 재미가 배가 된다.
이제 거의 다 오른 듯 하다. 하늘재 끝 까지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아이가 물에 손을 넣더니 너무 차다고 깜짝 놀란다.
하늘재 정상에는 공원지킴터 하늘재산장이 있다. 우리는 수안보 미륵리에서 걸어 올라왔지만 반대쪽 문경에서는 차로 이 곳까지 오를 수 있게 되어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어서 살아왔을까.. 2천년 가량된 된 이 길을 우리 가족이 걸어 올랐다고 생각하니 숙연해지면서 오랜전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하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것을 설명하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_-;;
하늘재는 월악산국립공원의 포암산과 가까운 곳이었다. 시간 만 있으면 1시간 가량 더 올라서 포암산에 가고 싶엇지만 그러수는 없었다.
하늘재 정상에 허름한 집이 하나 있었는데 이 곳이 '하늘재 산장'이다. 마침 주인장 어르신이 먼저 오신 손님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우리도 잠깐 들러 차 한잔을 하기로 했다.
안에은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고 그 불을 지피는 장작이 쌓여져 있다. 정상에 올라서 추워진 몸을 녹이기에 좋았다. 다만 연기가 너무 많아서 좀..^^;;
이 근처에서 탈 수 있는 버스 시간표가 있다. 단양 쪽으로 난 길로 버스가 다니나보다.
주문한 차가 나왔다. 여기서 재배한 차가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그냥 티백이다. 그래도 몸을 녹이면서 잠시 쉬어가기에 나쁘지 않았다.
왕복 3시간 반 정도에 걸쳐 하늘재를 올라갔다 왔다. 오르는데에 1시간 반, 산장에서 30분 정도, 그리고 내려오는데 1시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그리 어렵지 않는 코스이지만 너무 늦게 출발하여 어둡기 전에 내려오려고 서두른 감이 있다. 덕분에 아이들의 불만이 좀 있었다.
숙소인 한화 수안보 콘도로 돌아가서 따뜻한 온천 물에 몸을 담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풀리는 듯 하였다. 겨울로 들어서는 저녁의 바람은 차갑고 날은 어두워지고 있지만 이렇게 돌아가서 편안히 쉴 수 있고 가족이 함께 있는 여행은 마음이 넉넉하여 그 어디보다 마음이 포근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