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는 디바이스와 마켓을, 통신사는 통신을 위한 기반 사업으로...
애플의 아이폰이 시작한 스마트폰의 혁명은 실로 대단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생태계가 형성되었고, 핸드폰을 사용하는 방식을 바꾸었고, 진정한 모바일 환경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제조사인 애플이 해내면서 이동통신사에 눈치보던 제조사는 그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동통신사에 눈치보던 제조사가 눈을 뜨다.
아이폰 이전의 핸드폰은 이동통신사를 통해서 만 제품을 판매했기 떄문에 이동통신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고, 그렇다보니 훌륭한 기능이라도 이동통신사의 수익에 배치된다면 그 기능을 휴대폰에 넣을 수 없었다.
특히 무선인터넷은 이동통신사의 유료컨텐츠 사업에 영향을 미치므로 제한적으로 만 허용하였고, 사용자는 핸드폰에서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였다. 무선인터넷이 제한을 받다보니 그를 이용해야 하는 인터넷전화나 여러 서비스까지도 이용이 제한되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은 달랐다.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생각하여 좋은 기기를 먼저 만들고, 그 후에 이동통신사를 선택하였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취한 것이다.
또한, 기기 만을 만든 것이 아니라 그 기기에 추가적으로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게 하고, 그런 어플리케이션을 직접 만들어서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면서 제조사인 애플을 중심으로 하는 에코 시스템까지를 완성하였다.
스마트폰은 통신기기가 아닌 정보·엔터테인먼트 기기이다.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은 단순히 음성통화 만을 하는 기기가 아니다. 인터넷을 하고 음악을 듣고, 이메일을 확인하는 등 정보기기나 엔터테인먼트 기기에서 하던 일들이 모두 가능하다.
이미지 출처 : 한국인터넷진흥원
여러가지 용도로 활용되는 스마트폰은 통신기기라기 보다 컴퓨터와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스마트폰이 더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미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은 수십만개에 이르기 때문에 아는 만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것은 이동통신사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아니다. 이동통신사는 전화를 많이 이용하고 문자메시지를 많이 보내야 수익이 생기는데 위의 그림을 보면 통화와 문자메시지는 전체의 약 23% 뿐이다. 카카오톡과 같은 어플의 이용이 늘고 있기 때문에 문자메시지 부분은 더욱 줄어서 이동통신사 의존도도 낮아진다. 더 많은 시간은 정보를 찾고 즐기기 위해서 이용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에게 필요한 것은 무선인터넷을 위한 기반 시설 뿐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이동통신사와 상관없는 기능과 서비스는 더욱 늘 것이다. 이동통신사의 머리를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무선인터넷을 통한 전화통화(mVoIP)'다. 인터넷 만 연결되면 무료이거나 아주 저렴하게 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mVoIP는 이동통신사의 존재 이유 까지를 언급하게 만들고 있다.
'콸콸콸'이라고 광고하며 많은 곳에 Wi-Fi를 설치하고 있는 이동통신사의 뒷통수를 제대로 후려치는 것이 mVoIP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동통신사는 무선인터넷을 제공하는 '기반 시설 사업자'로써는 필요하다. 그들이 전국적으로 만들어 놓은 무선 망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이나 수자원공사가 단지 품질 좋은 전기를 만들고 좋은 물을 생산하여 보급하는 것처럼, 이동통신사도 말 그대로 '이동 중에 통신을 할 수 있는 기반 시설'에 충실하여, 품질 좋은 통화가 가능하고 원활한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55,000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언제까지 유지될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용자는 스마트폰 정액요금제를 사용한다. 이유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이터 요금 때문이다. 아래 표를 보면 이용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스마트폰 이용자 64.0%, SNS 이용... >
표를 보면 55,000원 요금제의 증가 추이가 눈에 띄게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똑같이 55,000원 요금제부터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이동통신사들은 요금 기준을 마련해 놓고 가능한 한 이 요금제를 사용하도록 사용자를 유혹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동통신사들은 이미 무선인터넷의 비중이 늘어가면서 음성통신 사용이 줄어들어 수익이 악화될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55,000원 요금제로 사용자를 묶어 손실 부분을 메꾸려는 것이다.
위 그림은 내가 오늘까지 이동통신사의 3G 망을 이용하여 인터넷을 사용한 양이다. (나도 55,000원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WiFi를 이용한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다.) 어제까지 13일 동안 538MB를 사용했고 한달동안 사용하면 1GB가 조금 넘는 양을 사용할 것이다. 나는 화장실을 갈 때나 사무실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그런 경우에도 겨우 1GB가 조금 넘는 정도의 데이터를 이용한다.
55,000원 요금제에는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 말고도 300분의 음성툥화와 문자메시지 몇백 건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음성통화도 300분 이상을 사용하기 때문에 55,000원 요금제가 아깝지 않다. 하지만, 나와 같은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한달 동안 이용하는 '3G 데이터 사용량'과 '음성통화량'을 잘 살펴보면 더 적은 요금제를 사용해도 되는 사용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동통신사의 손실 부분을 본인이 매꿔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명하게 판단하길 바란다.
55,000원 요금제는 현재 이동통신사의 마지막 달콤한 수익원일 가능성이 높다. WiFi 사용이 원활해지고, 자신의 이용패턴을 확인하여 요금제를 선택하는 사용자가 늘 것이다. 또한, 제4의 이동통신사가 탄생할 가능성과 그에 따른 음성통화 요금이 낮아질 가능성도 높다. 그렇게 되면 이동통신사의 수익은 상당히 떨어질 것이다.
제조사가 주도하는 어플리케이션 스토어
애플의 혁명은 좋은 기기를 만든 것과 그 기기의 활용도를 무제한으로 만들어주는 아이튠즈·앱스토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반 핸드폰에는 이동통신사가 컨텐츠를 제공하거나 이통사의 허락을 받은 컨텐츠 만 제공이 가능하였다. 이동통신사는 통신 시설을 만드는 것 뿐 아닌 그 기반을 무기로 모바일 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애플은 그런 구조를 깨고 제조사가 직접 컨텐츠를 유통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애플 뿐이 아니다. 구글은 애플 앱스토어에 필적할 만한 안드로이드마켓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고, 삼성은 삼성앱스, LG는 LG앱스를 만드는 등 이동통신사가 아닌 제조사가 직접 컨텐츠의 유통을 주도하고 있다. 이것은 모두 제조사의 수익이고 이동통신사는 그저 구경 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
SKT는 'T스토어', KT는 '쇼 앱스토어', LGU+는 '오즈 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이동통신사도 기존의 힘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지만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는 턱없이 적은 어플이 존재할 뿐이다. 이런 위기를 타개하고자 전세계 27개 통신사가 참여하는 슈퍼앱스토인 'WAC 2.0'를 만들었고 5월부터 서비스를 한다고 밝혔다. 'WAC 2.0'이 성공한다고 해도 이동통신사는 이전 만큼의 영향력은 없을 것이다. SKT를 보면 그 전에는 SKT 만이 가지고 있는 컨텐츠가 무기였는데 이런 공개적인 플랫폼에 참여함으로써 서로 컨텐츠를 공유하게 되므로 한 회사에서 독점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제조사가 핸드폰을 직접 판다.
가뜩이나 골치아픈 이동통신사에게 또 하나의 불쾌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정부가 핸드폰을 일반 가전 매장에서 공기계를 구입하여 이동통신사에서 유심칩을 꽂아 사용할 수 있게 끔 하려 한다는 것이다.
삼성의 핸드폰은 삼성 디지털플라자에서 살 수 있고, LG의 핸드폰은 LG 베스트샵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하면 불필요한 요금제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어 통신요금 부담이 줄 것이라고 한다. 이에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모두가 반발하고 있다고 하지만, 제조사 측에는 그리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해서 핸드폰 구입비가 늘 것이라 생각되지만, 이동통신사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낼 것으로 예상한다. 제조사는 자사가 직접 가격을 책정하게 되고 유통망을 확충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절대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다만 국내 유통망이 약한 외국 제품이 문제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