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 태블릿 등 불과 몇년전 만해도 생소하던 기기들이 세상을 삼키려는 듯 많은 제품과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이 원래 없던 것은 아니다. 기존에 있던 핸드폰 · 노트북에 새로운 OS와 네트워크, 그리고 콘텐츠가 더해져 강력한 모빌리티 기기로 거듭난 것이다.
■ 통신사와 제조사의 관계를 깬 아이폰
이런 기기들은 '모바일 인터넷'이 가능하므로 빛을 내는 것이며, 모바일 인터넷은 통신사들의 몫이다. 그래서, 이런 기기의 새로운 제품이 나올때 마다 특정 통신사를 통해서 제품이 출시된다고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모든 통신사를 통해서 제품을 출시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통신사들은 통신 품질을 통한 경쟁력보다는 자사가 판매하는 핸드폰의 성능에 대해 홍보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에 제조사와 전략적인 협력을 하게 된다. 제조사는 그런 통신사에 빌붙어(?)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오곤 했다.
통신사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핸드폰은 무선인터넷을 통한 무료 전화통화(m-VoIP)가 가능하지만, 통신사의 주수익원인 음성통화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그동안 m-VoIP 이용을 제한해 왔다. 통신사는 핸드폰의 컨텐츠도 자사의 수익을 위한 것으로 채우고 사용자는 그것이 당연한 듯 이용해 왔다. 이런 관계를 깬 것이 애플의 아이폰이다. 애플은 통신사의 눈치를 보면서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제품을 만든 후에 통신사를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최고의 제품인 아이폰을 만들 수 있었다.
■ SKT의 아이폰 출시는 애플의 선택
국내에서 아이폰은 KT용으로 판매했다.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통신사와 손을 잡고 밀어주는 것이다. 그런 아이폰이 미국의 독점 공급사인 AT&T 외에 버라이즌과 계약을 맺더니 국내에서도 SKT와 손을 잡고 3월에 아이폰을 판매한다.
SKT 입장 에서 보면 'KT의 아이폰'에 대응히여 지불해야 하는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곧 출시되는 '아이폰5'와 '아이패드2'까지를 생각한 전술이다. 이것을 반대에서 보면 그동안 갤럭시S에 쏟았던 정력을 분산해야 하며, 애플과 삼성 외에 다른 제조사에게는 더욱 소홀해 질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애플 입장 에서 보면 하나의 통신사를 통해서 판매할 수 있는 한계를, 다른 통신사로 확대하여 타개하려는 것이 가장 크다. 또한, 애플은 삼성 등의 경쟁사의 맹추격을 받고 있어서인지 제품도 다양화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개인용컴퓨터 시장을 만들어놓고도 MS-인텔에 완전히 밀려버린 것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것일수도 있겠다.
■ 모토로라 아트릭스의 KT 선택
23년간 SKT에 만 핸드폰을 납품하던 모토로라가 그간 관계를 깨고, 2011년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인 스마트폰 '아트릭스'를 오는 3월 KT를 통해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모 기사에서는 '의리' 어쩌고 하는데 다 헛소리이고, 여러 통신사를 선택하는 것 보다 외국회사인 모토로라로써 좀 더 수월하게 핸드폰 판매를 하기 위해 시장 지배력이 큰 SKT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락커폰 ZN50', '레이저 후속 V11', '모토 KLASSIC V13'은 물론 명운을 걸고 내놓은 '모토로이', '디파이' 까지 대부분의 모토로이 폰을이 SKT의 공짜폰·버스폰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어야했다. 반면 삼성의 갤럭시S는 SKT의 주력폰으로 대대적 홍보를 하여 대박폰이 되었다. 결국 모토로라는 SKT 만을 고집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아트릭스'를 KT를 통해 출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 통신사와 제조사의 관계, 춘추전국시대의 불을 지피다
KT전용이었던 아이폰이 SKT용으로도 출시가 되고, 23년 간의 관계를 끊으면서까지 KT에 제품을 출시하는 모토로라. 팬텍의 SKY폰과 HTC 등도 이미 작년에 SKT전용에서 벗어나 여러 통신사를 통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통신사와 제조사의 마음이 어떨까? 이미 제조사는 이전의 통신사에 눌려살던 그들이 아니다. 삼성과 LG는 자체 컨텐츠 샵을 만들고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 태블릿의 성능을 PC수준까지 끌어올리고 무선인터넷이나 HDMI 등 여러 형태의 통신에 힘을 쏟고 있다.
SKT·KT·LGU+ 뿐 아닌 제 4통신사도 생겨날 태세다 그동안 단순히 핸드폰 판매량 만으로 승부를 얘기했다면 이제는 컨텐트와 무선인터넷 등 많은 부분을 생각해야 진정한 승자가 된다.
그런 지금, 과연 통신사가 언제까지 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