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 강원여행' 평창, 정선의 겨울을 만나다.
겨울이 되면 가족과 떠나는 여행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해외여행도 좋겠지만 국내에도 가 볼 만한 곳이 많다. 그리고, 몰라서 못가본 곳이 참 많다.
한국관광공사는 우리나라를 10개권역으로 나눠서 여행지를 소개하는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을 이어가고 있다.
네번째 이야기런트립 '드라마틱 강원여행'에 참여해서 강원도 정선과 평창을 당일치기 여행으로 다녀왔다.
<정선 삼탄 아트 마인>
아침 7시 토요일에 떠나는 여행에 참여하느라 새벽부터 서둘러야 했다. 다른때 같으면 아직 이불 속에 있을 시간이지만 여행을 떠난다는 설램에 추위도 잊고 살짝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이미 많은 분들이 도착해 있었고, 나도 동참하면서 오늘 하루를 싣고 떠나는 '이야기 런트립 드라마틱 강원 여행' 버스가 출발했다. 나는 4시간 여 걸리는 강원도 정선 까지 가는 동안 모자란 잠을 청했고, 몇몇 분들은 모처럼 만났는 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4시간 정도 걸려서 첫번째 장소인 강원도 정선 '삼탄 아트 마인(바로가기)'에 도착했다. '삼탄 아트 마인'은 석탄을 캐던 광산을 그대로 보존하고, 거기에 아트를 더해 멋스런 여행지로 탈바꿈한 소중한 공간이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촬영한 장소로도 유명해서 꽤 많은 분들이 다녀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본관인 삼탄아트센터는 4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층에는 다양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버스에서 내린 곳이 4층이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다. 절벽에 지어진 건물이라 모든 층은 지하가 없고 자연 햇볕이 들도록 구성이 되어 있다.
4층에는 라운지와 다양한 형태의 룸이 있다. 각 룸은 '아트레지던시'라 하며 국내외 작가가 상주하면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런 룸 중에 몇몇 곳은 '태양의 후예'를 촬영한 공간으로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을 실제로 연출해 볼 수 있다.
3층에는 미술관이 위치해 있고 우리가 간 날에는 '현대미술관 CAM1'이 전시되어 있었다. 탄광촌과 어떤 연결점이 있을까 생각하며 관람을 했고, 하찮은 재료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연결이 되었다.
3층을 돌다가 서류가 잔뜩 쌓여 있는 유리로 된 방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삼탄 뮤지움 자료실'이라는 곳으로 탄광촌에서 사용한 다양한 기록들이 고스란히 보관되고 있었다.
탄광의 역사가 담겨져 있고, 그곳에서 살아온 분들의 기록이어서 이렇게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한쪽에는 탄광에서 사용하던 석탄 채굴 기기, 소화기 등 다양한 기기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커다란 공간에는 전체 탄광을 전산으로 관리하던 시스템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석탄을 캐던 광부가 쓰던 모자도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된 이 모자가 광부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던 것이다. 얼마나 많은 땀이 이 모자에 서려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잠시 상념에 젖었다.
그 당시 광부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급여명세서가 있다. 그 당시 광부의 월급은 공무원의 4~5배 가량되었다고 한다. 이 돈을 열심히 7년 가량 모으면 서울에 작은 집을 살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방탕한 생활로 탕진하는 분들도 많았다고.
곳곳의 그림과 표지판 등에는 '안전'이 중요하다고 기재된 것들이 많았다. 돈으 많이 받는 만큼 석탄을 캐는 일은 힘든 일이고, 자칫 탄광이 무너져 많은 분들이 사망하는 일도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곳은 시냇물이 석탄으로 오염된 검은색으로 흘렸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시냇물은 검은색으로 알고 자랐고 그런 기록이 곳곳에 묻어져 있다.
2층에는 다양한 갤러리와 기획 전시실이 차려져 있다. 특히 광부들이 사용하던 샤워실이 눈에 띄었다. 1천명이 한번에 샤워를 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고, 이 곳에서 '태양의 후예' 촬영을 했다.
'태양의 후예' 장면 중 송혜교가 잡혀와서 고문을 당하던 장소가 이 곳이고, 그 당시 배우들이 입었던 옷도 있어서 우리 일행 몇명은 그 장면을 연출해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피아노, 오르간, 세탁기 등등 탄광 시절 사용하던 다양한 것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고 실제 작동을 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마치 이 곳은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마저 든다.
탄광에서 광부들이 출퇴근하고 입욕 전후 옷을 갈아 입던 갱의실 등은 모두 진귀한 세계 미술품을 모아놓은 수장고로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화장실도 그대로 보존하여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방문한 날 '진시황제'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무덤인 진시황릉의 작품을 옮겨 놓은 듯 했다.
삼탄아트센터 건물 밖으로 나오면 탄광 시설을 볼 수 있다. 특히 석탄을 실어나르던 갱도를 축소해서 전시한 곳은 그 당시 일하고 식사하던 광부들의 모습도 직접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런 시설들을 버리지 않고 보존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시설이 노후되었고 화재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서울 종로의 피맛골을 없애버린 모 서울시장의 마음과는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밖을 걷다보니 허름한 창고 같은 곳에 '태양의 후예' 장면이 걸려 있다. 안에 들어가보니 송혜교와 송중기가 만나던 장면을 촬영한 곳이었다. 이 드라마를 본 분이라면 이런 장소에 있다는 것이 매우 흥분될 것이다.
실제 석탄을 캐던 갱도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지금은 이 곳을 와인을 보관하는 와이너리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보관된 와인은 1층에서 식사와 함께 판매를 하고 있다.
한참을 관람한 후 '광부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하였다. 도시락 안의 반찬은 어릴적 좋아하던 소시지, 햄, 계란후라이, 장조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당시에는 이런 반찬들 중에 하나면 있어도 좋아라했는데 그게 모두 들어 있는 도시락으로 맛있게 먹었다.
'광부 도시락'은 1만원에 판매되고 있고, 국도 깔끔하니 맛있어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충분했다.
'드라마틱 강원여행' 두번째 코스는 '정선 아라리촌 민속마을(바로가기)'이다. 아라리촌은 30여개의 전통가옥과 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입장은 정선군 아리랑 상품권(1인 3천원에 해당하는 금액 이상)을 소지하면 가능하다. 즉 상품권 3천원 이상을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곳에서 구매한 상품권은 정선 아라리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어찌보면 무료 입장인 셈이고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인 것이다.
아라리촌에 들어서면 박지원 고전 '양반전'의 이갸기를 형상화 놓은 동상들이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양반 신분을 팔고 사는 행태를 꼬집은 작품들이고 지나면서 구경 만 해도 양반전을 다 읽은 듯 하다.
<아라리촌의 전통 가옥 '굴피집'>
아라리촌 안에는 다양한 전통 가옥이 있다. 대부분 강원도의 환경에 맞게 살 수 있도록 지어진 건물이다. 양반이 사용하던 기와집 '전통와가', 참나무 껍질로 지붕을 만든 '굴피집', 소나무를 쪼개 널판지로 만들어 지은 '너와집', 대마의 껍질을 벗기고난 줄기를 이엉으로 이어서 만든 '저릅집', 얇은 판석으로 만든 '돌집', 통나무를 쌓아올려 만든 '귀틀집' 등 다양한 전통 가옥을 만날 수 있다.
전통가옥은 보존을 위해 대부분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놓았지만 운이 좋으면 살짝 실내를 확인할 수도 있다.
아라리촌 민속마을 옆에는 아리랑 센터가 위치해 있다. '정선 아리랑'은 모든 아리랑 가운데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 되었고, 모든 아리랑의 원조로 평가받고 있어서 그 역사를 기록하기 위한 장소다.
아리랑 센터에서는 전세게에서 제작된 아리랑을 보고 들을 수 있고, 우리 민족의 고단했던 삶이 묻어나는 다양한 기록들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관람을 마치고 나오던 중 무료로 양반 증서를 주는 곳이 있었다. 간단한 몇가지 만 기록하면 위와 같이 본인의 이름으로 된 양반증서를 받을 수 있다. 박지원의 양반전에 나오는 양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정선 아라리시장(바로가기)에 도착했다. 시장 구경도 하고, 아라리촌에서 구매한 정선군 아리랑 상품권도 사용할 겸 해서 들렀다. 정말이지 엄청 다양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곤드래를 사려고 마음 먹었기 때문에 곧바로 나물 파는 곳을 찾았다. 곤드래 만 사려고 했는데 결국 곤드래 나물, 표고버섯, 오미자 즙 등을 구매했다.
아라리시장에는 다양한 먹거리도 발길을 잡았다. 살짝 시장한 시간이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구운 문어다리, 전 등 몇가지 음식을 사 먹었다.
마지막 여행지는 오대산에 위치한 '평창 월정사(바로가기)'다. 정선에서 한시간 가량 걸려서 도착했고 어둠이 시작되어 춥기도 했지만 야간 조명이 켜지기 시작해서 분위기는 좋았다.
몇년전 가족과 여행으로 온 적이 있는데 이렇게 저녁 시간에 도착하니 다른 느낌이 들었다. 우리 일행는 조명이 켜진 '월정사 팔각 구층석탑'을 '탑돌이'하며 소원을 빌기도 했다.
'탑돌이'는 시계방향으로 합장을 하고 3바퀴 이상 돌며 소원을 비는 것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월정사 입구에는 전나무숲이 있다. 이곳에도 아름답게 조명이 켜져서 산책하는 발걸음을 비추어 주었다.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았지만 평창의 겨울은 매우 쌀쌀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근처에 있는 '오대산 서울식당(바로가기)'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시장하기도 했지만 두부와 황태구이가 매우 맛있었다.
새벽부터 서둘렀던 여행은 이렇게 밤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아직 우리나라의 여러곳을 가보지 못했고 이번 여행은 그런 중 한 곳을 해설과 함께 여행할 수 있어서 매우 뜻깊었다.
이후에도 여행은 계속된다. 이번 겨울 소중한 기억을 담고 싶은 분들은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과 함께하는 것을 추천한다. 거기서 추천하는 국내 겨울 여행지는 무척이나 힐링을 주는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