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겨울산행의 묘미 - 국내 겨울 여행지 추천
추우니까 겨울이다, 그러니까 꼼짝하기가 싫다. 그래도 겨울내내 숨 만 쉬고 살 수는 없지.
모처럼 지인들과 관악산 겨울 산행을 했다. 집 근처에 있는 산이지만 겨울에 오른 것은 모처럼 만이다.
걸으면서 느껴지는 차갑게 시원한 공기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고, 서울과 경기에 사는 분들이라면 겨울 여행지로 추천할 만한 산이었다.
주말 아침 10시는 이불 속에 있거나 깨어도 움직임이 없는 시간이지만 이날은 지인들과이 약속으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약속 장소로 갔다.
관악산에 둘레길이 있는 것은 처음 알았다. 전망대 까지 가는 것도 중간에 쉽지 않은 코스가 있어서 가볍게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은 낯설다.
안양종합운동장 쪽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식당 근처에 돌솥밥에 사용하는 용기로 탑을 쌓아 놓은 탑이 보인다. 주인장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최근 눈이 온 날이 없는데 이 곳은 녹지 않은 눈이 꽤 많다. 숲속이라 햇볕이 들지 않아서 일 것이다. 겨울 산행을 할 때는 길이 얼었거나 눈이 있을 수 있느니 꼭 미끄럼에 주위해야 한다.
고즈넉하고 고요한 풍경이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한여름 뜨거운 햇살에는 화려한 모습으로 숲을 덮었던 나무들도 지금은 잎을 모두 떨구고 겨울의 스산함에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눈이 녹지 않은 산길에는 짚으로 만든 거적 같은 것이 깔려 있어서 그렇게 미끄럽지 않다.
잠깐 동안 경사가 낮은 길을 걷다보면 나무로 만든 계단이 나타난다. 여기서 부터는 10여분 정도되는 조금은 힘든 산행을 하게 된다.
그렇게 걷다보면 능선이 나타나고 잠시 쉴 수 있는 의자가 있다. 힘든 산행에서 이런 공간은 참 고맙다.
조금 더 올라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까지는 3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안양 평촌의 모습이다. 안양 열병합발전소의 수증기가 그리 좋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평촌은 10년 이상을 살아온 제 2의 고향 같은 곳이다.
지인들은 챙겨온 음료수와 간식거리들을 풀어 놓는다. 산행에 잠깐 동안 땀이 나긴 했지만 역시나 겨울 산행 길은 줍다. 따뜻한 차 한잔은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 준다.
관악산은 바위길이 상당히 많다. 돌아가는 계단이 있기도 하지만 바위로 오르면 길이 빠르다.
장군봉 정상 근처에 다다르면 시야가 탁 트인 전망대가 나타난다. 누군가는 지붕이 없어서 불편하다고도 하지만 전망 하나 만은 정말 끝내준다. 안양 평촌과 과천이 모두 한눈에 들어온다.
내려오는 길에 소나무 잎 사이에 하얀 꽃 같은 것이 피어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보니 눈이 쌓여 있는 것이었다. 벌써 새순이 나오나 했는데 눈꽃이었던 것이다.
산은 오르는 것 보다 내려가는 길이 더 위험하다. 특히나 눈이 쌓여 있어서 더욱 위험하다.
어떤 등산 동호회에서 나무에 알록달록한 소원을 적는 종이를 배치해 두었다. 많은 분들이 올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을 담아 나무에 종이를 걸어두었다.
오랫만에 산행을 하며 마음을 풀어 놓았다. 심호흡도 하고 눈쌓인 나무도 보고 탁트인 풍경도 보고나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이런 것이 겨울 산행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집 가까이에 관악산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고, 그 산을 자주 자지 않는 내가 어리석다. 딱히 시간을 내서 겨울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려워도 이 정도의 시간으로 땀은 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