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시행 이후 실제 요금은 얼마나 할인되었나.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을 2014년 10월 1일 야심차게 시행한 지 8개월이 되어간다. 그간 '이동통신사 만을 위한 법이다', '사용자 요금은 더 올라갔다' 등 여러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았고 법 자체가의 존폐를 말하는 경우도 많았었다.
어찌되었든 시간이 지나면서 이동통신 시장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러 질타를 받아오면서도 꿋꿋이 이 길이 맞다며 시장을 설득해 온 미래부의 주장이 이제는 다시 한번 평가를 받아야 할 시기가 된 것도 같다.
단통법 이후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지금의 변화와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통신 시장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먼저 단통법이 시행된 이유를 살펴보자. 이동통신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이동통신사, 단말기(디바이스)를 제공하는 휴대폰 제조사, 이런 기반에서 움직이는 콘텐츠를 담당하는 여러 회사들이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기에 서비스의 이용 주체인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때 만이 통신 시장의 에코 시스템이 활성화 될 수 있다.
단통법 시행 이전을 생각해보면 정보에 빠른 얼리어답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많은 혜택을 받고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반면, 정보에 어두운 대다수의 분들은 별다른 혜택없이 통신 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이런 근간에는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보이지 않는 결탁에 의해 눈가림으로 시장이 왜곡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사 약정 외에 20%의 선택약정할인 추가>
2년도 안되는 주기로 100만원에 가까운 스마트폰을 변경해오던 것이 정상일까? 단말기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이를 2년 또는 3년 할부로 통신 요금에 더하여 청구하면서 마치 단말기가 공짜인처럼 광고를 해오며 소비자를 현혹했다.
소비자들은 길거리 널려있는 눈가림 식의 광고판을 보며 휴대폰 가게에서 최고급 스마트폰을 2년 약적으로 가입을 해 왔다. 최소 5만원 이상, 최신 최고급 단말기를 구매하려면 더 비싼 요금제를 사용해야 하지만 얼마간을 할인 받았다고 기쁜 마음으로 자랑을 한다. 하지만 매월 통신료는 10만원 가까이 납부해야 만 했다.
통신사와 제조사가 주었던 지원금으로 길거리 휴대폰 대리점들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났고, 단통법 이후 그들은 먹고살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길거리 대리점이 생겨나게 방치한 것은 주관하는 정부부처의 책임이 크다. 그런 것을 바로 잡기 위해 이동통신사와 많은 협의를 했지만 이해관계가 얽혀서 풀기가 쉽지 않았다고도 한다. 지금 단통법이 수많은 공격을 받고 있는 것 처럼.
지금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이동통신 3사 모두 가입이 가능한 휴대폰 대리점이 얼마나 되는 지 보시라. 아마도 영업이 잘되던 곳은 특정 통신사로 간판을 바뀌었고, 그렇지 못한 곳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을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정말 미래부가 만든 단통법이 시장경제 논리를 파괴했기 때문일까?
본 글을 쓰면서 이동통신사의 서비스를 확인하다가 올레 KT 공시 지원금 안내 페이지에서 '단말할인 지원금'과 '요금할인 지원금'이 있는 것을 보았다. 바로 이런 부분이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이전에는 실제 단말기 가격이 얼마인지 모른 채 각 대리점에서 제시하는 단말기 보조금을 깔고 2년 약정으로 가입을 하면서 매월 납부하는 요금할인을 받았다. 이런 방식은 제조사의 최신 스마트폰 판매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시장을 유도하게 되고 결국 소비자는 지금과 같이 100만원 가까이 되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명확한 2가지 중 하나의 요금 혜택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지정되어 있고 공시되어 있는 단말기 지원금이나,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경우 20%의 요금 할인 혜택 중 선택을 하면 된다.
전에는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묶여 있던 것을 이젠 나에게 맞는 폰을 구매하여 이동통신사를 결정할 수 있다. 그렇게해서 얼마나 좋아졌냐고? 나의 경우에는 매월 1만원 가량의 할인을 더 받고 있다. 일년이면 12만원이고 가족 4명 모두를 생각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출시 당시 80만원 이상하던 성능 좋은 고가의 스마트폰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떨어진다. 그런 폰을 구매해서 20%의 요금 할인을 받아 이용하면 단통법 이전에 비해 상당히 많은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분은 '제조사가 원하는 만큼 할인을 해 줄 수 있도록 하면 되지, 왜 정부가 나서서 그 할인폭을 제한하는가? 이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역행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폰을 구매할 수 없게 되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분명 일리있는 말이다. 제조사가 폰 가격을 많이 깍아주겠다는 데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시라. 단통법 시행 전에는 많은 지원금을 주었던 것 처럼 생각이 들겠지만 그 때는 5만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분들에게 만 혜택이 돌아갔다. 또는 불법 보조금으로 잠깐 잠깐 치고 나오는 몇몇 경우에 만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즉, 정보에 어둡거나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분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었던 것이다. 많은 혜택을 받던 분들은 결국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에게 그 부담이 지워졌던 것이고,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통신 시장이 형성되면서 가게의 통신 요금은 점점 더 올라갔다.
단통법이 처음 시행될 때 만 해도 저렴한 요금제 사용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적었다. 그런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였고 지금은 어느정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전에는 대부분 고가의 최신폰을 구매해왔고 2년도 채 안되어 사디 바꾸곤 했다. 100만원에 가까운 가전 제품을 2년도 사용하지 않고 바꾸는 경우가 있었가 생각해보면 이건 분명 잘못된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소비자가 고성능의 폰을 사용해야 하는 지도 의문이고, 스마트폰의 가격이 비싼 것도 의문이다.
지금 이통통신 3사 모두 음성통화 무제한에 데이터를 선택해서 사용하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출시했다. 아직 설익은 감이 있지만 이런 변화 또한 단통법 시행과 무관치 않다. 아직 통신 요금 인하의 버퍼는 있다. 그런 부분을 더 찾아내어 개선해 나간다면 '단통법'은 희대의 문제작이 아닌 왜곡된 통신시장을 바로 잡은 계기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