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키드' 후기, 가장 화려했지만 아쉬움은 남아
아이들이 방학하면 긴 시간을 의미있게 해 주고픈 게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지난 겨울 방학에는 그 마음을 뮤지컬로 채워주자고 아내가 말을 했고, 아이들의 의견을 따라서 뮤지컬 '위키드'를 보기로 했다. '위키드'는 가족 모두가 관람하기에는 쉽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치킨 몇마리 덜 먹자는 마음으로 표를 구매하였다.
일요일 저녁 공연을 예매하고 복잡하디 복잡한 잠실에 위치한 '샤롯데시어터'에 도착했다. 워낙이 복잡한 곳이어서 주차를 하고 공연장을 찾는데 만도 시간이 꽤 걸렸다. 이렇게 밖에 설계할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샤롯데시어터' 너무 불편해.ㅠㅠ
공연장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고, 여기 저기에 '위키드'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포토존이 준비되어 있었다. 홀 상단에 위키드를 상징하는 듯한 커다란 용 한마리가 아래를 노려보고 있다.
오늘 '위키드'는 엘파바 역에 '옥주현', 글린다 역에 '김보경', 피에로 역에 '이지훈'이 캐스팅되어 공연을 한다. 뮤지컬을 잘 알지는 못하는 터라 아는 배우가 별로 없지만 이 세명은 알고 있어서 오늘 공연을 예매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할인 혜택을 받아서 나름 저렴하게 공연을 예매하였다. 그래도 한달은 굶어야 한다는..ㅠㅠ
공연장에 들어가는 곳에 글린다와 엘파바의 의상이 전시되어 있었다. 주인공 들의 의상 뿐 만 아니라 출연진 모두의 의상들 가격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뿐 만 아니라 소품 들도 그렇다고 한다. 이런 디테일한 준비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겠지.
우리는 2층 관람석 앞줄에서 관람을 하였다. 처음 본 무대는 조금 음산하고 몽상스러웠다. 뮤지컬은 항상 1층에서 관람을 했는데 아래로 내려다 보는 게 왠지 좀 어색하다.
무대 중앙에는 대기하는 홀에서 보았던 커다른 용이 걸려 있다. 생각에는 저 용이 나에게 다가오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상상과 그것을 아이에게 얘기하고는 핀잔을 얻어 먹었다. ㅋ
무대를 자세히 보니 뭐가 뭔지 모를 빼곡하게 차있는 장치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척이나 신경을 많이 쓴 무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뭣 하나 빈틈이 없어 보였다. 가장 거대한 블록버스터 뮤지컬이라더니 의상 뿐 만 아니라 무대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본 공연을 촬영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안되는 것이니까. 대신 오늘 주인공인 이지훈과 옥주현이 등장하는 맛보기 영상이 있어서 대신 소개한다. 옥주현은 이미 뮤지컬 계에서는 인정을 받은 상태이니 말할 것은 없겠고, 이지훈은 아직 신인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분량이 많지 않았고 아직은 뮤지컬 보다는 드라마 배우라는 생각이 더 들게 했다.
글린다를 연기한 '김보경'은 옥주현보다도 더 빛이 났다. 작은 체구에 귀여운 외모로 글린다를 연기하는 김보경은 노래를 할 때나 연기를 할 때 보는 나를 신이나게 했다. 위키드를 기억할 때 김보경은 보물을 얻은 듯한 느낌이다.
3시간 가까운 공연을 마치고 출연했던 분들이 마지막 인사를 한다. 왠지 아쉬운 3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옥주현은 끝까지 엘파바의 모습으로 무대의 막이 바닦에 닿는 순간까지 재미있게 인사를 한다.
'위키드'를 관람하는 3시간 동안 마치 호흡이 정지한 듯 공연을 보았다. 순간 순간 번뜩이는 무대 장치와 배우들의 연기, 노래가 눈 앞에 가득했다. 하지만, 음향 시스템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배우의 고음부가 이어지는 노래에서는 상당히 거슬릴 때가 있었고, 정서에 잘 맞지 않는 스토리의 전개가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럼에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내 생전 가장 화려한 뮤지컬이 이었기 때문이다. 3시간여 동안 쩨깍거리는 시계 속에서 잘 짜여진 톱니에 맞물려 하나의 부속이 된 듯 시간을 보냈다. 우리 가족에겐 좋은 기억으로 남을 뮤지컬 '위키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