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평촌과 분당을 잇는 드라이브 코스, 도심 속 숨은 숲길 '하오개길'
안양 평촌과 성남 분당은 같은 1기 신도시이며 인접해 있지만 사는 환경이나 여러가지가 많이 다르다.
여기에는 청계산이 가로 막고 있어서도 하나의 이유일 듯 하다.
그래서인지 두 도시를 잇는 안양판교로는 되도록 빠르게 지나치기 위함일 뿐 쉬어감을 위함은 없다. 하지만, 그 두 도시 간에는 숨겨진 듯 잘 알지 못하는 고즈넉한 길이 하나 있다.
이 안양판교로가 만들어 지기 전 두 도시를 잇는 길은 '하오개길'이었다. '하오개길'은 얼마전 소개한 의왕 백운호수 근처에서 시작하여 서판교로 이어지는 옛날 길이다. (백운호수 드라이브 코스 소개) 약 8Km 정도의 길이며 시골의 숲길과도 같은 포근한 길이다.
백운호수에서 나와 판교 쪽으로 향하다보면 '도깨비도로'라는 표시판을 만나게 된다. 이 곳에서 우측으로 들어서면 '하오개길'이 시작된다. 이 길로 들어서면 '안양 시립 청계 공동 묘지'가 있기도 하다.
하오개길로 들어서면 바로 작은 터널을 만나게 된다.
터널을 통과하면 반듯하게 잘 만들어진 자동차전용도로인 '안양판교로'와는 전혀 다른 조용한 시골 마을의 길이 시작된다. 터널은 마치 두 세상을 연결해 주는 '나니아의 옷장'과 같이 도시와 시골을 이어주는 통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란하고 빠른 속도로 달리던 대로가 사라지고 보이는 조용한 시골길은 무척 다른 느낌이다.
곧 여러 곳의 공원 묘지가 나타난다. 이곳에 공원 묘지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막상 그 곳에 와보니 느낌이 남다르다. 으스스함보다는 숙연함이 있고 산소를 찾는 가족들이 자주 눈에 띈다.
조금 더 가면 '안양판교로'를 만들면서 나누어진 두 산을 잇는 다리가 나타난다. 이 곳이 하오개길의 정상이기도 하다. 건너편 산에는 노란 물감을 흩뿌린 듯 가을 꽃이 가득하다.
다리의 양쪽 끝에는 산으로 오르는 나무 계단이 있다. 두 산 모두 어렵지 않게 정산에 오를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등산을 즐긴다. 아이들이 하늘 높이 있는 다리에 올라 즐겨워하는 모습도 보인다.
등산과 공원 묘지를 찾은 사람들이 주차해 놓은 차량 들이 자주 눈에 띈다.
길 가에는 하오개길 정상의 다리 부근에 있던 계단과 같이 산에 오를 수 있는 여러개의 입구가 있다. 이 곳으로 등산을 시작하면 국사봉을 지나 청계산의 정상인 이수봉까지 이를 수 있다.
이 곳에는 쉴 수 있는 벤치와 청계산 등산 지도 등이 있다. 이정표에는 '운중동버스종점'과 '방화산', '국사봉'이 표시되어 있다.
꽤 오래되 보이는 가로수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운중농원'이 보인다. 큰 개 한마리를 끌고 산책을 하는 부부가 보인다. 차가 많지 않아서 하이킹 하는 사람들과 가볍게 산책하는 분들이 많았다. 길 가에 차를 세워 두기도 편해서 여유를 즐기기에 좋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더 내려가니 고요한 호수가 나타났다. 바로 '운중저수지'다. 항상 안양판교로로 만 다녀서 그 옆 쪽에 이런 호수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크지는 않지만 너무나 고요하고 주변의 숲이 호수를 감싸고 있어서 포근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뚝방 길이 잘 다듬어져 있고 인적이 드물어서 데이트 하기에 좋고 가족과 함께 잠시 머무르기에 좋겠다. 다음번에는 아이들 데리고 와 봐야겠다.
호수 위에는 바로 안양판교로가 인접해 있다. 항상 그 길로 다니면서도 여기를 몰랐다니... 물새 몇마리가 천천히 수면 위를 날고 있는 모습이 더욱 여유롭다.
운중저수지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출발하려고 보니 커다란 나무들이 가을을 입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여러 곳에 아름다운 길이 있겠지만 이런 나무들이 있어서 이 곳 또한 빠지지 않는 드라이브 코스로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차창을 열고 천천히 숲의 향기를 맡으며 내려가려니 어디선가 아름다운 음악이 흐른다. 그 곳에 멈춰서니 전통차를 파는 한 찻집이 보인다. 누구와 함께 였다면 잠시 들러 차를 한잔 하고 싶었지만 혼자라서 그냥 지나치고 만다.
찻집 앞에 곳게 하늘로 뻣어 있는 나무들이 보인다. 아직은 오래되어 보이진 않지만 이 길이 살아 있고 내가 지금보다 원숙해진 어느날 와 보면 그 때의 내 나이 만큼이나 나이를 먹어 더 멋진 모습으로 반길 것이다.
터널과 같은 가로수길을 지나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다다랐다. 여기까지 와서 보니 좀 전에 봤던 운중저수지부터 좌측에 보이던 나무들이 연구원의 일부라는 것을 알았다. 참 좋은 곳에 한국학을 연구하는 곳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마음의 여유와 안정이 있어야 학문에 집중하기 좋겠지.
이제 서판교에 도착했다. 길의 끝에서 만나는 서판교에는 다양한 종류의 맛집이 즐비하다. 가끔 지인들과 이 곳에서 식사를 하고는 했는데 이렇게 하오개길로 내려와서 보니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있다. 이 곳의 칼국수 집과 순두부 집 음식은 양념이 강하지 않고 맛이 좋다.
서판교에는 특이하게 생긴 집들이 많다. '대우 푸르지오' 아파트도 여느 곳과는 달리 나즈막하고 아름답게 디자인되어 있다. 특히 외국 유명 건축디자이너가 설계한 집들도 여럿 있다.
'하오개길'은 이렇게 끝이 나고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듯한 신도시인 서판교 중심으로 들어선다. 아직까지 판교는 공사중인 곳이 많지만 도시 설계가 잘 되어 있어서 마음 편하게 지내기가 좋다는 생각이 든다.
'하오개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는 길지는 않지만 등산로, 공원묘지, 고요한 운중저수지, 하늘을 덮은 가로수길, 맛집 등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 많다. 또한 분당과 판교, 의왕, 안양 평촌 등 경기 남부권에 인접해 있어서 주말을 가족과 함께 여유롭게 보내고 싶을 때 추천할 만한 드라이브 코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