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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잇는 ‘클라인 쿤스트 파티’, 포켓포토는 서울과 베를린을 잇고. 본문

공연과 영화

경계를 잇는 ‘클라인 쿤스트 파티’, 포켓포토는 서울과 베를린을 잇고.

명섭이 2013. 6. 9. 19:12

 

 

강남에 위치한 복합 문화공간인 플래푼 쿤스트할레에서 낯설고 독특한 파티가 열렸다. 'KLEIN KUNST PARTY(클라인 쿤스트 파티)'라는 독특한 이름의 파티로, "베를린과 서울, 무대와 객석, 서로 따로 존재하지만 충분히 가까워 질 수 있는 것들의 '사이'를 좁히고 채워보자는 취지의 예술 프로젝트"이다.

 

입장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한 단어가 적힌 명찰 하나를 골라서 차게 되고 단어들은 다른 사람과 연결하여 또 다른 의미의 문장이 된다. 나는 '순박한'.. 아우~ 복장이 너무 안어울려~~

 

입구에 들어서자 마법의 액체와도 같은 병들을 내밀고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마법은 아니고 여러가지 향수가 들어 있는 병들이었고 'KLIEN BOTTLE'이라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 통에 따라서 이 파티의 향을 만드는 행사였다. 나는 듬뿍 따라서 어색함을 조금이나마 없애려 했다

 

첫번째로 보인 공간은 '수선집'이다. 관람객이 헌옷을 가져가면 디자이너가 리폼울 해 주는데, 그것이 모두 공개되어 하나의 퍼포먼스가 된다.

 

'눈감고 야용화'는 작가와 관객이 등을 맞대고 앉아 서로 질문과 답변 만을 들으며 서로의 초상화를 그리는 방식의 독특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한쪽 벽에는 질문으로 보이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정말로 눈감고 야옹하는 (일본의 마네키네코 같은) 고양이들의 그림이 있다.

 

그 옆에는 많이 낯익은 '포켓포토'와 그것으로 출력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 그리고 잡다한 것이 놓여져 있다. 앞서서 두어곳의 공간을 보면서 이 곳 또한 범상치 않을 것이라는 짐작을 했다.

 

허겁지겁 도착해서 관람을 하다보니 시원한 음료 생각에 잠시 쉬기로 했다. 얼음잔의 음료가 탱탱 불은 몸의 핏기를 가라않혀 주는 느낌이 든다.

 

이제서야 앞쪽 무대를 보니 그냥 편하게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둡기도 하고 자주 접해보지 못한 어색함에 제대로 앞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조금 후인 8시부터 11시 반까지 이 곳에서는 공연이 이어진다고 한다.

 

2층에도 무얼 하는 지 사람들이 서 있다. 핸드페인팅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인 듯 하다. 조금 있다가 올라가 봐야지~

 

포켓포토가 놓여있는 '티노의 아를리에'라는 공간이다. 포켓포토로 출력한 사진들이 무엇인가를 그려가고 있는 듯 하다.

 

잠시 후 설명을 들었다. 이 곳이 바로 베를린의 상징인 TV타워와 서울의 상징인 남산타워를 이어서 멀리 있지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퍼포먼스로보여주는 곳이었다. 단지 관람객 들의 일상의 모습으로.

 

사진을 출력할 수 있도록 LG에서 제공한 여러대의 '포켓포토'가 배치되어 있다.

 

본 무대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포켓포토로 출력하여 남산타워의 다리 일부를 채웠다. 이렇게 채운 일상의 사진 하나 하나의 결국 베를린과 서울을 잇게 된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언어 꼴라쥬'라는 공간에서는 글자를 들고 여기저기 붙이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3명의 시인들이 쓴 여러 시에 포함된 단어들을 관람객들이 원하는 순서로 재 배치하여 새로운 시를 만들어 내는 퍼포먼스다. 끝이 나면 처음의 시와 마무리된 새로운 시를 비교해 본다고 하는데 그 때가지 있지는 못했다. 어쩌면 공연도 그렇고 이런 모든 것이 지나는 과정이고 그 결과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더 값졋을 것 같다는 후회가 든다.

 

일층의 공간을 모두 보고 돌아서니 외로운 예술가가 관람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뻥 뚫린 공간에 마음을 트고 참여하기엔 아직 이 공간이 어색한 모양이다. 이 분은 그 뒤로도 한참동안 외로워야 했다.

 

전시 공간 여기저기에는 뒤틀린(Twisted)라는 이름의 그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엉망진창인 것 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질서가 있고, 그것을 느낄 수 있으면 함께할 수 있을 듯 했다. 어쩐지 그것에 익숙하지 않고 발을 내딛으면 파괴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2층에는 자유분방 함으로 가득찬 페인팅 공간이 펼쳐진다. 

 누군가는 붓으로, 누군가는 스폰지로, 또 누군가는 모두가 귀찮은 듯 맨손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미 작가들의 밑그림이 있는 상태여서 재료와 방법과 색깔을 고르면 된다.

 

3층에는 공간이라 하기엔 모자란 통로같은 공간에 '여름 밤' 이라는 이름의 밤하늘이 있다. 별자리를 형상화한 것으로 몽환적인 느낌이 든다.

 

옥상(Rooftop)에 올라가서는 헉! 소리가 났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던 공간에 이불이 펴져있고 모두가 아무일도 없는 듯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공간의 이름은 '즐거운 나의 집'.

 

시간이 충분했다면 나도 잠깐 쉬었다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편안해 보였다. 앞에서는 뮤지션 초이가 가벼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한참 동안을 낯설고 무질서한 풍경 속에 들어가서 허우적 댄 느낌이다. 그러다가 드디어 그 곳에서 빠져나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요란한 공간에 있다가 밖에 나오니 오히려 밖이 더 무질서한 듯 느껴진다. 안에서는 왠지 모를 푸근함이 있었는데...

 

밖에 나와 안을 보니 또 새롭다. 베를린의 TV타워와 서울의 남산타워는 거의 다 연결이 되었고,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퍼포먼스의 일부가 된 것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그 속에서 즐기고 있다.

 

밖에 나와서보니 안이 보이는 듯 하다. 각 층의 쓰임새가 보이고 다시 들어가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또 다른 약속이 있어서 다시 들어갈 수는 없었다.

 

파티는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 내가 붙인 사진 한장, 옮겨 놓은 단어 하나, 향수 한방울 등... 그런 것을 하는 내가 바로 퍼포먼스의 일부가 되고 그렇게 모인 것이 무엇을 만들어 내는 지, 그리고 그 과정은 어떻게 지나왔는지를 보는 파티.

결국 나는 시작 만 하고 과정과 결과는 보지 못했다.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내가 그 일부가 되었고 다른 누군가는 의식하지 않은 채 그것을 보며 새로운 무엇인가를 상상하겠지. 다시 이런 공간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외로운 예술가를 먼저 찾아가야 겠다.

 

이 포스트는 LG전자 더블로거 7기 활동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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