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래프(telegra.ph)' 텔레그램에서 만든 익명 블로그, 자유와 권한의 사이를 비집다.
명섭이
2016. 11. 24. 02:27
익명 블로그 '텔레그래프(telegra.ph)'의 특징과 주의사항
보안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메신저 앱 '텔레그램(telegram)'에서 '텔레그래프(telegra.ph)'라는 익명 블로그 서비스를 오픈하였다. 웹브라우저를 통해 텔레그래프 서비스에 접속하면 일반적으로 항상 있는 로그인, 회원가입, 서비스소개 등의 메뉴가 전혀 없이, 덩그라니 글쓰기 만 있는 화면이 바로 나타난다.
텔레그래프는 그렇게 로그인하지 않고 익명으로, 글과 사진, 유튜브 등 외부 링크로 컨텐츠를 생성하는 방식의 블로그 플랫폼이다. 아직 스마트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의 형태로는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웹브라우져에서 간단히 글을 쓰는 플랫폼이므로 어쩌면 앱은 아예 제공하지 않을수도 있겠다.
참고로 텔레그래프에서 사용하는 도메인네임의 '.ph'는 필리핀의 국가 코드 최상위 도메인이다.
telegra.ph 사이트에 처음 접속한 모습이다. 로그인 등 아무런 메뉴가 없고,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았는데 바로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어서 당황스러웠다.
제목(Title), 글쓴이(Your name), 본문 내용(Your story...), 사진이미지, 외부 링크 등으로 컨텐츠를 작성할 수 있으며, PC나 스마트폰 등 어떤 디바이스에서든 웹브라우저로 접속하면 바로 이용이 접근이 가능하다.
제목을 쓰고 'Your name'에 마우스 포인트를 옮기니 본문 작성 영역에 '사진 이미지'와 '소스' 아이콘이 본문 내용 영역에 나타난다. 이 두개 아이콘은 본문 내용에 컨텐츠를 추가할 때 이용하는 것으로 본문에서 '엔터'를 치면 나타났다가 글을 쓸 때는 사라진다.
PC에 있는 강아지 사진을 등록해 보았다. '사진기' 아이콘을 클릭하면 디바이스에 저장된 사진을 선택하여 등록할 수 있다.
'<>' 모양의 '소스' 아이콘을 클릭하면 'Paste a YouTube, Vimeo or Twitter link, and press Enter'라는 메시지가 표시된다. 유튜브나 비메오, 트위터 등의 컨텐츠 url을 입력한 후 엔터를 치면 각 서비스의 API를 이용해서 해당 컨텐츠에 적합하게 추가가 된다. 유튜브는 위와 같이 가로 640px의 플레이어가 삽입 된다.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고, 유튜브 영상을 넣은 후 발행(Publish)를 하였다. 작성한 컨텐츠의 ULR은 '입력한 제목' + '글을 작성한 날짜(한국 기준 아님)'가 합성되어 자동으로 생성이 되었다. (http://telegra.ph/명섭이의-텔레그래프-첫글-11-23)
컨텐츠를 작성한 브라우저에서 해당 글에 접속하니 [EDIT] 버튼이 표시된다. 해당 글의 URL을 잃어버리면 해당 글에 접속할 수 없을 수 있고, 인증이 없으니 추후 다시 접속할 때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능할 수 있다.
컨텐츠에 대한 권한의 인정 부분이 궁금하다. 흔한 방식인 쿠키나 세션 기반으로 권한을 인정할 수 있으며, 어쩌면 공유 패턴을 인식하여 권한을 부여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은 추후 확인이 되면 다시 정리하겠다.
텔레그래프(telegra.ph) 이용 시 꼭 알아야 주의사항.
별도의 인증이 없기 때문에 내가 작성한 컨텐츠에 대한 권한이 영원히 보존될 수 없을 수 있다. 그럴 경우 기존에 작성한 컨텐츠에민감한 글이나 사진이 있는 경우,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능하여 곤혹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은 매우 주의가 필요하는 부분이다.
또한, 작성한 글의 URL을 잊어버리면 다시 찾을 수 없다. 구글 등의 검색엔진에서 인덱싱이 되면 찾을 수 있겠지만, 텔레그래프에서는 목록이나 검색 등의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작성한 텔레그래프 컨텐츠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니 일반적으로 보이는 사진+컨텐츠 구성으로 노출이 된다.
발행한 글의 HTML 소스 코드를 살펴보았다. 마이크로스포트 엣지브라우에도 인식할 수 있도록 한 태그가 보이고, 기본적인 SEO에 맞게 구성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이트 도메인과 이름이 'Telegraph'여서 글이 쌓일수록 Telegraph는 구글 페이지랭크 등 검색엔진에게 좋은 점수를 받게 될 것이다.
텔레그래프에서 작성한 컨텐츠는 글 목록이 없기 때문에나 혼자 만 보기 위해서라도 어딘가에 공유하여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익명으로 컨텐츠를 만드는 목적이 나 혼자 보려고는 것 보다는 누군가에게 알리기 위해서 컨텐츠를 생산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Taking back our right to privacy (사생활에 대한 우리의 권리를 되찾자)’라고 외치는 '텔레그램'은 그런 점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
목적없이 컨텐츠를 생산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반드시 공유를 할 것이라 생각하고, 공유 행위을 인식하여 권한을 부여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 즉 페이스북 등 외부 플랫폼에 공유되는 개인 컨텐츠의 소스가 되는 플랫폼을 생각하고 만든 서비스일 수도 있다. 어찌 보면 텔레그래프는 텔레그램의 오픈 버전으로 보이기도 한다.
텔레그래프(telegra.ph)는 익명 블로그로써, 나를 드러내지 않고 글을 작성하여 배포할 때 매우 유용하다. 요즘과 같이 어지러운 시국에 할 말이 있는데 눈치가 보이거나, 기업 내부의 고발을 하고, 낯간지러워 쉽게 하지 못하는 말도 얼굴을 가린 채 편안하게 글을 등록하고 공유할 수 있다.
여기서 하나 생각할 것이 있다. '자유'는 책임과 의무가 함께 할 때 만이 세상에 득이 된다. 내 얼굴을 가리고 이야기하는 텔레그래프의 '자유' 뒤에는, 내가 한 이야기를 수습할 수 없는 권한의 모호함과 그에 따르는 책임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