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츠의 꿈

아련한 마음의 여유를 찾으러 LG 더블로거, 남양주의 슬로우시티, 다산 유적지, 수종사, 봉주르를 가다. 본문

여행과 일상

아련한 마음의 여유를 찾으러 LG 더블로거, 남양주의 슬로우시티, 다산 유적지, 수종사, 봉주르를 가다.

명섭이 2012. 4. 20. 08:30

 


얼마전 LG전자 더블로거는 정기모임으로 남양주 슬로우시티로 짧은 하루 여행을 다녀왔다. 자욱했던 모닥불의 연기, 쌀쌀하지만 따뜻하게 느껴진 바람, 더블로거 사람들의 웃음이 귓가에 맴도는 듯 하다. 그날을 기억해 본다.

아침에 일어나 눈 한번 꿈뻑하면 밤. 하루가 어떻게 지났든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바쁜 일상을 살며 마치 기계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호흡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지난 시간이 몇년째... ‘여유’라는 단어는 무척이나 아련하고 그리운 단어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일까? 남양주 슬로우시티에서 하루를 걸으며 여유를 찾자는 LG 더블로거의 여행이 무척이나 반갑고 평범하지만 새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집결지인 팔당역 앞에 블로거들이 모였다. 늦으면 점심 밥이 달라진다는 협박에 누구 하나 늦지 않고 정시에 모두 모였다. 초야에 묻혀 살고 있는 블로거들에게는 정말이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역시 밥의 힘은 위대해. 오늘도 송틀러는 설레발을 치고 있다.

먼저 찾은 곳은 옛 경춘선 폐철길이었다. 기차가 다니던 엤날의 모습을 상상하였지만 얼마전에 시멘트로 포장을 하였다고 한다. 자전거 도로를 만들려고 그랬던 것 같지만 왠지 허전하고 아쉬웠다. 그래도 꽤 긴 거리를 여러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걷다보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폐철길은 차가 다니는 도로보다 꽤 높은 언덕위에 있다. 얼마를 걷다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도로 한가운데에 저런 그림이 있는 것이 아닌가! 둘이 얼마나 사랑했으면 차가 다니는 도로에 저런 애정 마크를 그렸을까... 그들이 지금도 사랑하고 있을까? ㅋㅋ

한참을 걷다보니 멀리 팔당댐이 보인다. 그것을 보며 우리는 처음 출발한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미 지쳐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침도 굶다시피하면서 출발한 여행이고 한참을 걸은 후여서 뱃속에서는 난리가 났다. 나 뿐이 아니었다. 우리는다산 정약용 선생 유적지 근처의 '황토마당'이라는 식당으로 향했다. '황토마당'은 깔끔하고 정돈이 잘 된 정원같은 음식점이었다.

닭볶음탕과 백숙을 시켰고 주린 배를 채우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음식은 아주 훌륭하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깔끔하였다.

아직 날씨가 쌀쌀했지만 계절을 거르지 않으려는 듯 꽃망울이 터질듯 보풀어 있다.

배도 불렀겠다 족구장도 있겠다 언제나 의욕 만 앞서는 송틀러가 족구 시합을 제안한다. 시합에 참여한 사람 만 상품이 있다나 뭐래나.. 아~ 귀찮어. 시합을 구경하는 내내 이것은 운동경기가 아니라 시트콤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어찌나 개발들이 많으신지.. ㅋㅋ

식당 옆에 있는 '다산 정약용 선생 유적지'에 들렀다. 이곳에 오니 진정 슬로우시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통 황토빛으로 물든 작은 마을이 여유롭다.

나무 기둥, 그 아래 고여진 주춧돌, 낮은 마루, 작은 방, 낡은 창호지 바른 문까지 어쩜 그리도 어릴때 살았던 고향집과 비슷하던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어릴적 할머니 집을 부술 때 아쉬운 마음에 부엌 문을 떼어서 우리집으로 들고 왔었다. 그 문은 지금도 내 고향집 한켠에 장식처럼 세워져 있다.

정약용 유적지를 뒤로 하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차 한잔을 하자며 찾아간 곳이 '수종사'였다. 수종사는 동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계단길과 황토길을 오르다 보니 저 멀리 나무들 사이로 희미하게 절의 모습이 보인다. 그 후로도 가파른 계단길을 한참 올라서야 수종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종사의 뜰에 도착한 후 와~ 하는 탄성이 터졌다. 가슴이 뻥 뚤리는 듯한 시원히고 아름다운 광경이 눈을 가득 채웠다. 수종사가 '동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을 바로 이해했다.

아름다운 광경은 좋았으나 사람이 많은 관계로 차를 마시지는 못하고 산을 내려왔다. 차(茶)와 풍경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봉주르'로 향했다.

좋은 곳이라는 얘기를 들으며 오긴 했지만 이렇게 규모가 큰 곳일 줄은 몰랐다. 상당히 큰 규모에 이런저런 인테리어 작품이 가득하고 사람들도 엄청 많았다.

기념사진도 한컷~!

뒷편에는 바로 남한강 줄기가 있었고 멀리 팔당댐이 보인다. 날씨가 널 추우면 좋으련만 저녁 무렵이 되니 바람이 더 거칠게 불어대고 있다.

우리는 봉주르에서 차 한모금, 이야기 한모금을 마시고 어스름해지는 저녁 무렵에 각자 집으로 출발했다. 물론 서울에 와서 다시 2차를 가긴 했지만.. ^^

 다시 꺼내 본 그날의 네임카드. 뒷면에 적혀있는 '마음의 속도 늦추기 - 휴대폰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문구가 지금 보아도 인상적이다. 잠시나마 걷고 이야기하며 정신의 끈을 풀어서인지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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