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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3,000원에 추억을 구입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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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3,000원에 추억을 구입하다.

명섭이 2012. 4. 1. 09:00

 

친구의 늦깍이 결혼식에 참석하기 얼마전 부산에 들렀었다. 1박2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오랫만의 가족여행이어서 간단하게 계획을 세웠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해운대 같은 곳 말고 아이들에게도 의미있는 곳을 찾다가 ‘보수동 책방골목’을 알게 되었다. 알고보니 1박2일에서 이승기가 들렀던 곳이란다.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책방골목 끝자락의 분식집 옆에 겨우 차를 세웠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지나치듯 분식집을 보자 아이들은 오뎅꼬치를 먹고 싶단다. 쌀쌀한 바람도 그렇고해서 일단 먹고 구경하자는 생각으로 분식집에 들렀다.

튀김과 오뎅의 가격이 개당 400원으로 서울보다는 조금 저렴했다. 떡복이가 잠깐 나를 유혹했지만 잘 참고 꼬불이 오뎅꼬치 만 공략하고 길을 나섰다.

책방골목 곳곳에는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알수 없는 세월을 품은 수많은 책들이 쌓여져 있다. 저렇게 많은 책 중에서 어떻게 필요한 책을 고를 수 있을까하는 생각까지 들더군.

작은아이가 책한권을 꺼내보고는 깜짝 놀란다. '누가 이런책을 보는거야?' 책의 낡음과 빼곡하게 한문으로 채워진 책이 무척 낯설었을 것이다. 사실 나도 이런 책을 본 것은 무척이나 오랜만이어서 별다른 말을 해주지 못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아이들의 교육적인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서점을 찾아 들어섰다. 물론 아이들이 좋아해서는 아니지. 그 앞에 묶음으로 쌓으둔 만화책 꾸러미를 발견했다. 강철의 연금술사, 블리치, 제트맨 등 지금도 구미가 당기는 만화책 들이었다. 이런 만화책 전집이 여기저기 많이 쌓여 있었다

교육용 책은 아이들이 싫어해서 그냥 나왔다. 곧 다른 가게에서 아내가 발길을 멈춘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발견한 것이다. 최근에 발행된 책은 없었지만 1권부터 그 가게에 있는 것 까지 모두 구입했다. 오래된 책은 3,000원, 최근에 발행된 책은 4,000원에 구입하였다.

아이는 쌓여있는 책들이 신기하단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책을 한아름 구입했다.

고등학교 시절 기타 칠 줄 안다고 친구들 사이에서 방구 좀 끼고 다니던 때에 많이 사던 책 중 하나가 기타코드가 나와 있는 노래책이었다. 대백과 수준의 노래책 한권과 기타 하나 있으면 밤이 세는 줄 모르고 즐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고등학교 때 독학했던 기타를 대학에 기서 더 배우고 싶어서 선택한 곳이 ‘그라나다’라는 클래식기타 동아리였다. 무엇 때문에 그리 열심히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클래식기타가 전부인 것 처럼 몰입했었다. 그 당시 많은 기타 서적을 구입했었고, 음악 교양 서적도 몇권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날 서점에서 명곡해설집 한권을 발견하고 구입하려 했지만 마침 돈이 떨어져서 포기하고 그 후 그 책을 잊고 있었다. 그런 책을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끌리듯 발견하였다. 1987년 4,000원에 발행된 이 책을 25년이 지난 그날 3,000원에 구입하였다.

내가 구매한 오래된 책부터 2년쯤 전에 발행된 해리포터, 아이의 소설책 등, 대부분의 3,000원~4,000원쯤 하였다. 이날 20권 쯤 구입하고 지불한 비용은 7만원 가량이었다. 가격이 저렴하여 좋고  기쁜 마음과 추억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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